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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늘의 이상한 꿈 얘기 하나
    카테고리 없음 2022. 8. 10. 17:40

    오늘의 이상한 꿈 얘기 하나
    평소에도 꿈을 좀 자주 다양하게 꾸는 편이긴 한데 오늘 꿈은 기억에 생생하게 잘 남아서 끄적여봄.

    그냥 이런 꿈을 꿨구나 하는 기록용에 가까우니까 심심한 사람 보세여



    꿈에서 나는 갓 고등학교 1학년이 된 급식이었음(물론 현실에서는 고등학교 졸업한지 오래)

    근데 내가 들어간 고등학교가 무슨 재벌집 자식들만 다니는 것처럼 건물도 되게 높고 시설도 엄청 세련된 삐까뻔쩍한 그런 곳인거임

    보통 꿈에서 너무 현실이랑 다르면 '아 이거 지금 꿈이구나'하는 생각이 들때가 많은데 이번 꿈은 그런거 없이 그냥 바로 내가 그 학교에 다니는 고등학생이었음

    같은 중학교에서 같이 올라간 친구가 한 명 있었는데 편의상 A라고 하겠음

    A랑 나는 중학교 때부터 전교 1,2등을 다투는 사이였나봄

    그래서 서로 친하긴 한데 그만큼 견제도 많이 하는 묘한 관계임

    어쨌든 아는 얼굴이 둘 밖에 없으니까 투닥거리면서 반배정된 교실로 들어갔는데 되게 예쁜 여자애 하나가 있었음

    멀리서 딱봐도 와 쟤는 정말 예쁘다 생각이 들고 좀 서늘하게 생긴 냉미녀? 그런 느낌 여자애였음 걍 딱봐도 아우라가 달랐어

    그 여자애를 B라고 하겠음

    B 주변에는 다른 애들이 되게 많았고 반 애들끼리는 이미 서로서로 아는 사이 같더라고

    근데 그 와중에도 B가 반 전체 무리의 여왕벌이라고 해야하나 그냥 그런게 느껴졌음

    현실에서나 꿈에서나 내 성격은 그닥 나서는걸 좋아하지 않아서 그나마 아는 사이인 A랑 조용히 자리에 앉았는데 B랑 그 무리가 다가왔음

    사실 그뒤로 내용이 잠깐 기억 안나는데 정신 차려보니까 나만 B 무리랑 같이 복도 같은 곳에 나와있었음

    B 무리는 대체적으로 다 예쁘장하고 딱 봐도 잘 사는 집 애들이구나 싶어서 좀 쫄렸는데 뭔가 그 순간에는 나도 얕잡아보이기 싫었는지 약간 허세를 부리기 시작했음

    무리 애들 중에 하나가 "너 아빠가 무슨 일해?" 같이 약간 기죽이려는 질문 하면 "우리 아빠 사업하시는데? 용돈도 되게 많이 주셔ㅎㅎ" 이런 식으로 계속 내가 받아쳤던 것 같음

    B는 진짜 가만히 앉아서 듣고만 있었는데 그런 식으로 대화가 계속 흘러가니까 웃으면서 "그럼 쓰니(내 이름)는 공부도 잘 하니까 우리랑 같이 다니면 좋겠다!" 이랬음

    근데 걔 말에는 뭔가 기 센척 받아칠 수가 없는거야

    그래서 그냥 그러자고 하고 그 뒤로 B 무리랑 같이 다녔음

    B가 그냥 학교의 여왕 같은 존재라 그랬는지 몰라도 그 무리에 내가 속해있으니까 학교 생활이 진짜 너무너무 편했음

    다른 애들도 나보고 와 쟤 B랑 놀고 공부도 개잘한대 이런 소리 계속 하고 내 앞에서 눈치보고 그러는게 느껴졌음

    그와중에 A는 무슨 이유인지 B 무리가 완전 무시하는 애라서 나랑도 자연스럽게 사이가 멀어졌음

    계속 학교 생활이 그런 식으로 흘러가니까 처음에 기센척 허세 부리던거랑 합해져서 완전 기고만장해진 내가 좀 나대고 돌아다녔나봄

    가뜩이나 잘 사는 집 애들만 다니는 학교에서 집안도 그냥 그렇고 공부만 좀 하는 내가 친구 믿고 나대는게 애들은 맘에 안들었던거임

    B 무리를 포함해서.

    시험을 봤는데 입학한 뒤로 맨날 전교 1등이었던 내가 A한테 밀려서 전교 2등이 된거임

    그러니까 바로 B 무리가 나를 쳐내는게 느껴지더라고

    대놓고 막 왕따 시키거나 그런건 아닌데 은근히 말하면 꼽주고 자기들끼리만 어디 가고 얘기하고 그런거 있잖아

    딱 그런식으로 따돌림이 시작됐음

    그정도 되니까 나도 '아 이거 학교 생활 조졌는데?' 싶긴 했는데 그래도 일단 나한테는 공부가 방패고 중심인 B가 대놓고 날 적대하지 않는 이상 괜찮을 거라고 생각했음

    그냥 그렇게 생각하고 버티고 있었는데 하루는 학교 끝나고 청소하는 시간이었음

    각자 청소 구역 나눠서 청소하는 중에 나는 바닥 쓸기 담당이었는데 애들이 자꾸 오만 쓰레기를 내쪽으로 다 밀어주는거야

    그게 몇번이고 반복되니까 나도 진짜 내가 따돌림 당하는구나 싶어서 울고 싶어졌지만 또 허세로 꿋꿋하게 쓰레기나 쓸고 있었음...^^

    근데 어떤 남자애가 "왜 쓰니한테만 청소시켜?"하면서 갑자기 내 편을 들어주는거임

    솔직히 좀 놀랐음 꿈이 거기까지 쭉 이어지면서 남자애들 얼굴이 잘 보인적은 없었는데 갑자기 그 애 얼굴이 보이더라고

    편의상 이제부터 C라고 하겠음 C도 역시 잘 사는 집 애에 잘 생기고 공부도 잘 해서 인기가 많은 애였음

    C가 내 편 들어주고 어찌저찌 청소가 끝났는데 집에 같이 가자고 하는거

    같은 방향이길래 ㅇㅋ하고 C랑 같이 걸어가는데 C가 애들이 그동안 너 너무 괴롭히는거 같아서 한마디 하고 싶었는데 너무 늦게 나서서 미안하다, 앞으로 자기랑 친하게 지내자 이러면서 위로해주는데 진짜 너무 고맙고 드디어 내 편이 생겼구나 싶어서 마음이 편해지는거야

    집 가는 길 내내 계속 C랑 이런 저런 이야기를 했는데 C도 집안 기대에 맞춰서 공부도 잘해야 되고 성실히 사는게 힘들었나봄

    내 집에 거의 다왔는데 C는 이제 과외 있다고 가봐야된다고 하길래 내가 걍 충동적으로 "그럼 우리 오늘 과외 땡땡이 치고 놀러갈까?" 했는데 C가 처음으로 곤란한 표정 짓더니 오늘은 힘들 것 같고 다음에 놀자고 하더라고

    모범생이라 힘들겠거니 싶어서 알겠다고 하고 헤어진 뒤로 학교에서도 그렇고 집 갈때도 C가 항상 챙겨주고 데려다주고 했음

    다만 C는 기존 자기 생활? 루틴? 그런걸 절대 어기지 않는 선에서 나랑 어울렸음 하는 행동으로는 거의 반쯤 사귀는 사이였다고 봐도 됨

    나도 잘 챙겨주는 C가 점점 좋아지는데 뭔가 쎄한 감이 계속 있었어 뭔진 몰라도

    하여튼 인기남 C랑 나랑 썸타는 흐름이 보이니까 B 무리들도 더 이상 나를 건드리지는 않았음

    그와중에 기묘한 일이 일어남

    수업 중이었는데 선생님이 갑자기 전화를 받더니 반 애들한테 "오늘부터 우리 학급 왕따를 뽑아서 다들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게 하는건 어떨까?"같은 개소리를 하기 시작함

    근데 진짜 분위기가 섬뜩했음

    머리가 엄청 치렁치렁하게 긴 남자 선생이었는데 곧 죽을 거 같은 얼굴로 말같지도 않은 소리를 하고 있는데 반 애들은 그거 재밌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거림

    여자애들은 자기들이 쓰던 온갖 화장품을 깨서 섞고 있고 남자애들은 급식 잔반을 가지고 와서 거기에 붓고 세상에서 제일 역겨운 뭔가를 만든 뒤에 뽑힌 왕따가 이걸 마시자! 이러는데 진짜 제정신이 아닌 것 같았음

    왕따 뽑는 방식까지 선명하게 기억나는데 빨강 주황 노랑 초록 파랑 이 5가지 색깔 중에 하나를 고르면 칠넷에 그 색을 고른 사람 이름을 쭉 적고 선생이 5가지 색깔 공을 랜덤으로 하나 뽑음

    노랑 공이 뽑히면 노란색을 고른 애들이 교탁 앞으로 나와서 내가 왕따가 되면 안되는 이유에 대해서 PR 해야됨

    물론 난 그 노란 색을 선택했음

    앞으로 나왔는데 C도 노란색을 골랐더라고

    그쯤 되니까 아 진짜 이 학교는 미쳤다 내가 뭔가 이상한 곳에 있는구나 싶어서 C한테 우리 같이 학교에서 빠져나가자고 함

    난 당연히 C가 그러자고 할 줄 알았음 적어도 걔는 정상인인줄 알았으니까

    근데 C가 고개를 절레절레 젓더니 다음에, 하는거야

    역시 C는 자기 모범생 생활을 어기는 건 절대 못하는건가? 아니면 다른 방법이 있는건가? 하고 나 혼자 고민하고 있었는데 C가 갑자기 앞으로 걸어나갔음

    그러고는 반 애들한테 갑자기 "내가 지금 여기 서 있어야돼?"이러면서 소리를 지르기 시작함

    흥분해서 소리지르는 말이 내가 쟤(쓰니 본인)랑 놀아준건 니들도 다 재밌을 것 같아서 해보자고 그런거 아니냐, 어디 나랑 눈도 못 마주치던 것들이 나를 이딴데다가 세워두느냐, 표정 썩었는데 안 쳐웃냐 이런식이었던 것 같음

    그 말을 들으면서 아 내가 C랑 반 애들한테 완전히 가지고 놀아졌구나 싶었는데 그 생각도 오래 안갔음

    C가 죽어버릴 거라고 소리지르면서 반 문을 박차고 나가버렸거든

    선생이랑 반애들도 완전히 당황해서 C를 따라나가기 시작함

    나는 분명히 C한테 뒷통수를 맞았는데 그래도 그 상황에서 C가 죽기를 바라지는 않았음 뭔가 얘기를 더 해보고싶었던 것 같음

    열심히 달려서 쫓아가고 있는데 처음에 학교 건물이 엄청 높다고 했지? C가 제일 높은 계단 난간에 이미 올라갔어

    다들 비명 지르고 난리가 났는데 나는 어떻게든 C를 말려야겠어서 그만하라고, 우리 같이 하기로 약속한 거 있지 않냐고 소리를 질렀음

    그 순간 C가 떨어짐

    머리부터 떨어져서 피가 팍 튀는데 아 저건 진짜 죽었구나 싶었음

    C랑 눈이 마주친 거 같은데 그런건 잘 모르겠고 일단 이 미친 학교에서 빨리 벗어나고 싶었음

    그렇게 달리고 또 달리는데 아무리 계단을 걸어 내려가도 밖으로 나가는 출구가 보이질 않아

    내가 멘붕 상태라서 그런가? 싶어서 창 밖을 보니까 분명히 아까는 해가 떠 있었는데 지금은 해가 지고 있었음

    시간이 많이 흘렀을 리가 없는데 이상하다 싶어서 주변을 둘러보고 있는데 A가 나타남

    A가 너 그럴 줄 알았다, 꼬라지 참 한심하다, 넌 이제 C 죽인 범인으로 감옥에 갈거다 이렇게 중얼거리면서 날 끌고 가려고함

    더이상 달릴 기력도 없어서 A한테 끌려가는데 A가 넌 이제 나한테 져서 전교 1등도 아니고 집도 잘 사는 것도 아니고 뭐 그런식으로 가스라이팅을 계속 해대길래 와중에 뭔 생각인지 꼬박꼬박 거기에는 반박을 했던 것 같음

    한참을 끌려가다가 보니 문득 생각이 드는거임

    C는 엄청 잘 사는 집 애였고 반에서 말도 안되는 왕따 뽑기 같은 걸 하다가 C가 떨어져 죽었다고 하면 학교 입장에서는 C 집안에 할 말이 없을 테니까 누구라도 희생양으로 하나 몰겠구나, 그게 아마 별 힘없는 A나 나겠구나 싶은거야

    그 생각이 들자마자 A한테 말했는데 얜 이미 횡설수설 거의 반쯤 정신이 나가있음

    그렇게 어찌어찌 우리 반이 있는 층까지 올라오니까 B 무리에서 종종 봤던 애들 둘이 의자에 앉아있었음

    우리를 보고서는 운이 좋네? 하면서 C는 그동안 반에서 다른 어떤 애가 자기를 죽이려고 한다는 스트레스에 못 이겨서 자살한 걸로 될거라고, A는 전교 1등이니까 여름 방학부터 우리 스터디에 끼워주겠다고, 나는 그 왕따 뽑기 주도했던 선생한테 가서 싹싹 빌면 봐주겠다고 하면서 지들끼리 깔깔 웃음

    진짜 모든게 미친 것 같았음 그냥 자퇴해야겠다는 생각밖에 안들어서 그 애들한테는 난 사과할 필요 없다고, 어차피 자퇴할거라고 소리 지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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